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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흡연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이것만 지키시면요.

사장님. 이기세요!

by 심스토리_로컬브랜드마케터 2022. 4. 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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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723499#home

1) 나의 흡연 히스토리.


제가 담배란 걸 입에 물어본 것은 대학교에 들어오고 나서였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 때문에 시작했던 담배에 나중엔 중독이 되었죠. 그러다가 11년도 9월에 군대에 들어갔어요. 자대 배치를 받고 보니까, 담배 피우는 시간이 곧 쉬는 시간이더라고요. 그때는 폐고파서 담배를 피운 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쉬고 싶어서 담배를 피우던 시즌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매일 흡연하는 개비 수가 늘어나더군요.

2013년도 초. 제가 공군 병으로 근무하던 시절, 전 군 지역의 금연구역화가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BX(공군은 군 내부의 매점을 BX라고 불렀습니다.)에서는 담배를 팔더라고요. 담배는 예전처럼 팔면서 담배 피우는 곳만 몽땅 없애버린 겁니다. 참 어이가 없더군요. 그래도 뭐, 말단 군인이니까 어쩌겠어요. 까라면 까야죠. 사회에 나오니 흡연에 대한 인식이 더욱 나빠졌더군요. 이렇게는 못 살겠다 싶어서 저도 2022년 초에 금연을 시작했습니다. 21년도의 금연은 계속 실패했지만, 올해는 다행히도 순항 중입니다.

놀랍게도 저는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담배에 대한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답니다. 제 전체 글을 관통하는 주제인 브랜드를 끌고 와서 말해보자면, 담배라는 브랜드가 주는 가치에 더 이상 현혹되지 않게 된 거죠. 지금은 담배의 단점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돈이 나가고, 건강이 악화되고, 구취가 나고, 비흡연자들이 저를 기피하는 요소가 늘어나죠. 거기에 담배 한 대를 피울 때마다 3분을 허비해야하죠.

말보로 레드는 카우보이 이미지를 씌워 전설적인 판매량을 기록했었죠. 누군가 저에게 지금 당장 말보로 레드를 한 보루 사준다 해도,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을 겁니다. 고객이 원하는 가치에 따라서 원하는 상품도 바뀌는 법이니까요.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14778894#home by 김두연 작가.

2) 한반도 호랑이가 궐련 피우던 시절이 있었죠.


8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성인 40%이상이 흡연자였습니다. 비행기나 버스 안에서도 담배를 피웠고, 개인 자가용에도 불을 붙이는 토치와 재떨이를 추가 옵션으로 장착할 수 있었답니다. 그 시절을 경험해본 적 없는 저로서는 믿기 힘든 광경입니다.

21세기 현재 주변국들의 담배 문화는 어떨까요? 가까운 선진국인 일본의 호텔에서는 흡연실에 숙박하면 담배를 피울 수 있습니다. 20204월부터 실내 흡연을 금지하게 되었습니다만, 숙박업소는 예외이기에 여전히 호텔 흡연이 가능하죠. 놀라운 GDP를 자랑하는 개발도상국인 중국에서는 꽌시문화로 인해 술과 담배로 친밀도를 확인하기도 하고, 결혼 피로연에서 담배를 선물하기도 합니다.1) 일본은 담배를 기호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 같은 경우 기호품을 넘어선 문화로 대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2020년 이후 대한민국의 담배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요. 2010년대에 들어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파급되었습니다. 담배 값이 대폭 인상된 것도 2015년도인데요. 당시 정부는 "흡연자를 담배의 피해자로 인식하여, 흡연자가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담배에 대한 인식을 바꾼 겁니다. 하나의 기호품으로 인정받는문화라기보다, 치료해야할 질병으로 선정한 것이죠.

 

 

3) 난 사장님이 노담이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사장님들 중에서도 흡연하시는 사장님이 계실 거예요. 특히 50대 이상의 기성세대 분들은 흡연을 문화처럼 즐기시는 분들도 있죠. 거래처와 만나면 한 대 피우고, 오랜 친구와 만나면 또 피우고, 처음 보는 담배가 있으면 바꿔 피워도 보고. 중국의 꽌시문화처럼 담배를 친숙하게 여기시는 거죠. 저는 그런 것도 문화의 일종이라 여기지만, 행정부나 대다수 시민들의 인식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흡연 유경험자이기 때문에 소신발언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흡연하시는 사장님 분들께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사장님들은 매장과 상품을 통해서 가치를 보여주는 분들입니다. 세상이 변했다면 그에 발맞춰 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국가 차원에서 금연을 장려하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노담캠페인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전에 ‘L’분식집 오픈 매장에서 행사 중에 보았던 본사 사장님 이야기를 해보고 싶네요. 갈색 구찌 모자를 쓴 중년의 사장님이 오픈 매장 건너편, 디저트 매장 앞에서 담배를 뻑뻑 피우시면서 행사를 지켜보시더라고요. 그 광경을 보는 순간 제 등이 움츠려들고 닭살이 돋아났습니다. 사장님 본인의 가맹점이 열리는 순간이잖아요. 본인 얼굴에 침을 뱉고 계신단 사실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제가 아예 피우지 말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건 너무 가혹하니까요. 대신 매장 밖으로 멀리 나가셔서 흡연 구역에서 피우시길 권장 드립니다. 또한 매장 앞에 흡연 구역이 있더라도 사장님이나 직원들은 그곳에서 피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단골손님의 발걸음도 뚝 끊길 수 있습니다. 반드시, 무조건, 평판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21세기 현재의 한국에서 담배가 주는 브랜드 가치는 마이너스입니다. 사장님께선 굳이 마이너스가 될 행동을 잠재적 고객인 행인들 앞에서 하실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도 매장 영업 중에 담배를 꼭 피워야겠다는 사장님들을 위해서 몇 가지 규칙을 말씀드리려합니다. 첫 번째. 절대 본인 매장 앞에서 담배 피우지 마셔요. 두 번째. 본인의 브랜드를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고 담배 피우지 마셔요. 세 번째. 담배를 피웠으면 꽁초 바닥에 버리지 말고, 침도 뱉지 말고 깔끔하게 뒷정리해주셔요. 이것만 지켜주신다면 담배를 즐기며 브랜드 가치의 손상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Photo by Kevin Ku on Unsplash.

4) 상품은 시대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변화합니다.


사장님은 서부개척시대를 다룬 영화를 보신 적 있으실까요? 줄여서 서부 영화인데, 쉽게 말하면 미국의 사극입니다.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글을 써보겠습니다. 가죽 모자를 쓴 보안관 한 명이 레스토랑에 들어옵니다. 이미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악당이 포커를 치고 있습니다. 보안관은 두꺼운 담배를 뻑뻑 피우며 스테이크를 썰어 먹습니다. 식사를 마친 보안관이 악당에게 뚜벅뚜벅 걸어가 포커 한 판을 제안합니다. “판돈으로 뭘 걸 생각이지?”악당이 묻자 보안관이 답합니다. “목숨이지.” 보안관은 순식간에 리볼버를 패닝하면서 악당과 부하들을 쓰러뜨립니다. 그리고 피우던 담배를 여유롭게 마저 피우며 계산은 저 시체 앞에다 달아두지.”라고 말하고 레스토랑을 뜹니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본다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어떤 분들은 보안관이 멋있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혹자들은. 식당에서 담배를 왜 피운담?’이란 생각이 먼저 들 겁니다. 서부시대의 담배는 요즘말로 하면 상남자들의 상징이었습니다. 마초적인 매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담배의 브랜드를 이용한 거죠. 그때는 그런 이미지의 쇼 비즈니스가 통하는 시대였습니다.

21세기의 대한민국은 보안관이나 카우보이가 식당에서 궐련을 뻑뻑 피우면서 스테이크 썰던 서부 개척 시대가 아닙니다. 사장님들 중에 의식하지 못하실 수도 있지만, 흡연은 터부시되고 구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흡연도 좋은 취미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본인이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영업하는 사장님이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사장님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의식해주셔야 합니다. 유념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1)https://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12066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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